300억 달러가 걸린 세기의 특허 소송에서 미국 애플과 퀄컴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양사가 특허 분쟁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전 세계에서 제기된 모든 소송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며 합의 사실을 전했다.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초대형 특허 소송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퀄컴 변호사가 법정에서 공개 변론을 기다리던 중 합의 소식이 발표됐다. 그만큼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고 FT는 전했다. 재판부는 9명의 배심원단을 해산조치 했다.
양측에 따르면 애플은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모뎀 칩을 공급하는 퀄컴에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한 번에 지급한다. 또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금액 및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는 “엄청난 소식이다. 신속한 해결 가능성 없이 오랜 분쟁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며 이번 합의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2017년 애플은 “스마트폰 모뎀칩 공급업체인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2013년부터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과 아이폰 제조업체 4곳은 퀄컴을 상대로 27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퀄컴은 애플과 제조업체들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최소 7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수십 억 달러의 피해보상도 요구했다.
퀄컴은 모바일 기기에서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칩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라이선스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도매 공급가의 약 5%를 특허 사용료로 요구하는 식이다. 퀄컴은 자사 칩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자사 라이선스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애플은 퀄컴이 칩값뿐 아니라 특허 사용료까지 이중 청구하고 있다며,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에 대해서만 비용을 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단말기 가격 기준으로 특허 사용료를 부과해 무선통신 기술과 무관한 디스플레이, 터치 센서 등의 기술 혁신으로 퀄컴이 돈을 벌게 된다는 이유였다.
이번 합의로 애플도 한숨 돌리게 됐다.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퀄컴의 모뎀 칩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애플은 특허 소송으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퀄컴으로부터 5G용 스마트폰 칩 공급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애플은 최신형 스마트폰에 인텔의 모뎀 칩을 사용해왔다. 인텔의 5G용 모뎀은 2020년께나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화웨이가 이미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상황에서 경쟁에 뒤처질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합의 발표 후 퀄컴의 주가는 폭등했다. 70.45달러로 13.27달러(23.2%) 치솟았다. 하루 상승률로는 19년 만의 최대폭이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60억 달러(약 18조 원) 불어났다. 애플 주가는 199.25달러로 0.02달러(0.01%) 오르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