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배구조 평가에서 A 이상의 높은 등급을 받은 상장사는 소폭 줄었지만 최상위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1년 새 3배 늘었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1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코스피 상장사 771곳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A 이상 평가를 받은 곳은 51개사로, 전체 상장사의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를 받은 기업은 42개사, A+를 받은 기업은 9개사다. 이는 전년(A 53개사, A+ 3개사)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다.
지배구조 평가는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가능성이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계열회사와의 거래나 경영과실 배분 과정에서 주주의 권리를 보호했는지, 사외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적절히 구성했는지 등을 평가한다. 투자자들과의 소통 확대 여부도 중요하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주주제안 영향으로 A+ 이상을 받은 기업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주환원 및 배당성향이 확대된 지주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은 올해 처음으로 A+를 받았다. CJ, 두산, 케이티, 삼성전기, 현대홈쇼핑, 호텔신라 등도 A를 받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장기연임 유무 등 평가 문항이 새로 도입됐다”며 “평가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A를 받은 기업은 줄었지만 A+를 받은 기업이 증가한 것은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등급 이상을 받은 코스피 상장사 51개사 중 절반 이상인 26개사가 금융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행(9개사)의 지배구조 수준이 가장 높았고 금융지주(5개사)가 뒤를 이었다. 금융지주 및 은행업 소속 회사 중 B 이하 등급을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상향 기업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코스피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는 한편 한진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 나선 영향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지금까지 대기업 재벌들이 거미줄식으로 최소한의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등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지면 실제 주주가 누구인지 투명하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