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돌지 않는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재현할 조짐이다.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통화 증가세가 주춤한데다, 통화 유통속도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구불예금의 월 회전율도 32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2년미만 금융채는 7년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바젤 규제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예금 예치 노력에 나선 것이 원인이 됐다.
협의통화(M1)도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1.9%를 보인 이후 석달째 2% 안팎에서 부진한 모습이다.
M2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M1에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미만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되는 자금을 뜻한다.
반면 본원통화는 전월보다 2조3140억원 늘어난 173조8420억원(평잔 계절조정 기준)을 기록해 두달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통화 유통속도를 의미하는 통화승수는 15.71배에 그쳤다. 작년 12월엔 15.64배로 역대 최저치를 보인바 있다.
평잔 원계열 기준 본원통화는 6조7327억원 늘어난 177조6043억원을 보였다. 이를 기준으로 한 통화승수는 15.37배로 1996년 3월(14.47배) 이후 22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 또한 1월 월 20.7회에서 2월 월 16.3회로 급전직하했다. 이는 1987년 1월(월 16.3회) 이후 최저치다.
금융상품별로는 만기 2년미만 정기예적금이 전월보다 0.7%(7조6141억원) 증가한 1111조859억원을, 수익증권이 3조410억원(1.5%) 늘어난 211조5232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다. 반면 만기 2년미만 금융채는 5조5225억원(5.7%) 감소한 91조282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잔액기준으로는 2017년 10월(89조4427억원) 이후 가장 적었고, 감소율로는 2011년 3월(-6.4%) 이후 가장 컸다.
경제주체별로는 기업은 9조6850억원(1.3%) 감소한 724조345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6월 감소이래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8조3920억원(0.6%) 증가한 1427조2243억원을 기록했다.
김성준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M2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신용이 축소된 때문”이라며 “은행이 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예금예치 노력에 나서면서 금융채가 많이 줄었다. 상환이 많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2의 향후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금융기관 유동성(Lf) 7.1%에 증가해 작년 8월(7.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광의유동성(L, 말잔기준)은 6.7% 늘어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