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를 우려해 양도소득세를 높일 경우 증시 활성화라는 당초 목표가 아닌 시장 위축과 세수 증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효과적인 양도소득세 과세구조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9일 ‘증권거래세 인하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양도세 도입은 시장충격을 줄일 수 있는 단계적이고 중첩적인 방식이 적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증권거래세 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하 결정을 시작으로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양도소득세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증권거래세의 양도세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식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현재보다 개선하는 방향으로 주식 양도세 과세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며 “세수 감소를 우려해 양도세율을 높게 설정할 경우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세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양도세 도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 상장주식은 배당수익률이 낮아 양도세 부과에 따른 가격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 양도세는 일시에 과세돼 납세자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 요소”라며 “거래세 인하는 거래가 활발해 거래세 부담이 큰 주식에, 양도세율 인상은 성장성이 높아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큰 주식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중소형 주식에 대해 개인투자자 투자비중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거래세율 인하가 차익거래 전략이나 시장조성 전략과 같이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의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거래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거래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거래세율 인하는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을 낮춰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것 역시 거래세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거래세 인하에 따른 거래행태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거래비용에 민감한 고빈도매매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빈도매매는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래세 인하에 따라 데이트레이딩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투자손실이 누적될 가능성, 유사한 특성의 고빈도매매에 의해 구축될 가능성, 불공정 거래행태가 증가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며 개인투자자의 거래 행태 변화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