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대형 할인마트 주유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추진하는 할인마트업계에선 '딜레마'에 빠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석유제품 유동구조 개선을 위해 할인마트 주유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할인점에서는 사업 추진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및 대도시 주변은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주유소 설치가 어렵고, 지방도 일선 주유소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방중심 설치…"소비자 체감 어렵다"
주유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할인마트들은 내부적으로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하나로마트 인근에 주유소를 세워 마트 방문 고객들이 주유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는 부지 확보가 어렵워 지방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 등 대도시는 기존 매장의 경우 이미 최대 용적률로 매장이 들어서 있어 더이상 주유소와 같은 시설 설치가 어렵고, 신규 매장도 비싼 땅값으로 인해 충분한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할인마트에 주유소를 설치하는데 따른 진입장벽은 없다"며 "그러나 (할인마트들이) 내부적으로 대도시는 어렵다고 보고 지방에 있는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검토는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지방 매장을 중심으로 주유소를 설치할 경우 소비자 체감 효과 역시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주유소를 설치할 수 있지만 이용객이 많은 대도시에는 설치가 어려워 (주유소 설치에 따른)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마당에 사업성만 갖고 평가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유소업계 '반발'에 '검토중'
정부가 할인매장 주유소 설치를 추진한 것은 당초 대형마트와 같이 구매력을 가진 업체가 주유소 네트워크를 구성해 석유류를 구입, 자체 브랜드를 내건 가맹 주유소에서 판매하면 정유사와의 가격 협상이 유리해, 결국 소비자가격이 떨어진다는 것.
그러나 대도시가 아닌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주유소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주유소협회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주유소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할인마트에 공문을 발송하고 사업 추진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협회는 "지난 해 말 기준으로 1만2139개 주유소가 운영 중으로 월평균 판매량은 전년 대비 0.7% 감소한 1022드럼에 그치고 있다"며 "전국 평균 판매량인 한 달 1000드럼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을 산정했는데 2005년에는 1.7%, 2006년에는 1.4%를 기록하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국 주유소 중 월평균 3000드럼 이상을 판매하는 주유소는 2.3%인 278개에 불과한 반면 1000드럼 미만인 주유소가 전체 주유소 중 63%인 7579개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영업 주유소 중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률 1%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석유유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영세 자영주유소사업자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인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추진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할인마트업계는 주유소 사업 진출 자체가 아직 검토 중이기 때문에 답변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 소비자, 주유소업계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연결된 상황에서 할인마트업계가 어떠한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