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동반 경기 둔화(synchronised slowdown)’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모두 2018년 중반부터 성장 모멘텀을 잃었고,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와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집계한 ‘브루킹스-FT 타이거지수’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지표들은 작년 가을 이후 모두 약화해, 금융위기 이후 경제 활동이 가장 둔화한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타이거지수는 브루킹스연구소와 FT가 공동 개발해 2013년부터 산출하는 주요 경제 지수로, 실물 경제 움직임과 금융 및 신뢰도 등 다양한 지표 흐름을 과거와 비교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세계 경제 회복 기여도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유럽은 지난 6개월 동안 비슷한 형태의 경기 둔화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FT는 세계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형태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교수는 “세계 경기 둔화 추세가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는 점”이라며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거시 경제정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나타나는 둔화세가 향후 몇 년 안에 회복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FT는 특히 세계 전반의 체감 경기가 위축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선진국의 체감 경기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흥국은 정점에서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 FT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끝나간다는 두려움이 이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선언 등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신뢰는 지난 6개월 동안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 지연도 올해 하반기 성장 모멘텀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고 FT는 설명했다. 프라사드는 “무역 갈등과 그로 인해 퍼진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기업과 개인의 자신감을 약화시켜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각국 정부의 무능도 경제 약화를 심화시켰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라사드는 앞으로 “많은 부채가 선진국의 대응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선진국이 제로에 가까운 금리 정책을 운용하고 있어 기존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새로운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이 커 상당한 위험을 가진다”고 출구를 찾기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