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했으나 실제 영향력은 과장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주최로 열린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영향은 과장됐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로 기업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매우 낮은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신 교수는 “대한항공의 경우 특별결의사항으로 사내이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했다”면서 “결국은 대한항공의 자충수 같은 상황이 됐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277곳 중 대부분 기업이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이상”이라면서 “운용사의 안건 반대율은 3% 미만으로 경영진에 대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대한항공 주주총회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 재벌총수는 이사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면서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 책임 경영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큰 의의"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5% 룰’ 개선 필요성도 논의됐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분 변동을 공시해야 하는 5%룰과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하는 ‘10%룰’ 등이 논란이 됐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 “5% 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면서 “이러한 점을 볼 때 국민연금이 5% 룰을 적용받아야 할지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령에 보면 전문투자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의 경우에는 그 보고내용 및 보고 시기 등을 대통령령을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금융위원회의 법령 해석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도 "한국에서는 적대적 M&A가 거의 없다"면서 "5% 이상 보유시 경영참여, 단순투자를 구분하는 제도는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경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5% 룰이 주주의 기본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법행위로 대표이사, 상장사 등이 행정사법적 제재를 받아 경영감시 목적으로 임원 1인 추천 주주제안을 하는 경우 등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회사에 심각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는데도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정책팀장은 “다만 10% 룰에 의한 단기매매차익 반환은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과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외가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