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슈퍼 비둘기를 띄웠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연준이 매파일 때는 매파라서 히스테리를 부리더니, 정작 비둘기를 날려도 시큰둥하다.
왜 금리인하라는 금융완화가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일까.
시장은 금리인하가 필요할 만큼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27일(현지시간) 공석인 연준 이사 후보 스티븐 무어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0.5%의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말하자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한때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다행히 지수는 낙폭을 줄여 32.14포인트(0.13%) 하락한 2만5625.59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무어는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경제 자문역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완전히 무능력하다"면서 사퇴를 주장했었다.
트럼프는 "작년 12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 파월을 해임하라고 한 걸 후회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반대인) 내 견해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이 점점 트럼프 색으로 물들어 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증시 하락을 초래하는 상황은 트럼프도 예견하지 못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올리면 시장에는 호재가 될까.
시장의 관심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가느냐다. 27일에는 2.37%로 2017년 이후 최저치로 낮아졌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078%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
독일은 마이너스 수익률, 미국은 2.35%. 투자자들이 독일과 미국 국채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답은 나와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작년 11월엔 3.25%까지 상승했지만 5개월 만에 갑자기 고꾸라졌다. 장기 금리 하락 모멘텀은 강하다. 채권 시장은 1베이시스포인트(bp=0.01%)로 움직이기 때문에 90bp(0.9%) 하락은 임팩트가 적지 않다.
현재 단기 금리는 연준이 현 2.25~2.5% 수준에서 0.25%씩 금리 인하를 두 번 실시한다 해도 1.75~2% 수준이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증시 약세와 달러 약세 더블 펀치를 각오해야 한다.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는 건 유럽 경제의 둔화를 반영한다. 28일부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시작된다지만 시장이 혹할 만한 재료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