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속속 ‘비둘기파’ 모드로 전환하면서 일본 엔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예상대로였지만 통화정책회의 종료 이후 발표된 성명이 충격적이었다. 성명은 “위험 균형이 하향세로 바뀌었다”며 “다음 금리 동향은 인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언급해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낮출 수 있음을 보였다.
지난달만 해도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올해와 내년은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를 인하할 수도 인상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중립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비둘기파’로 돌아섰다.
성명 발표 전에 일본 엔화 대비 뉴질랜드 달러화 가치는 76엔대 전반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직후에는 75엔대 전반으로 급락했으며 이후 한층 하락폭을 확대해 75.10엔 선으로 1개월 반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비둘기파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있어 엔고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하면서 새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고 보유자산 축소도 9월 말 조기 종료하기로 하는 등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모두를 중단하기로 했다.
호주중앙은행도 최근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전환했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는 “최근에는 글로벌 증시 급락 등 시장이 흔들리면 각국 중앙은행의 이런 반응에 주가 반등과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냈다”며 “그러나 향후 경기둔화가 본격적으로 심해져 각국이 실제로 금리를 인하하면 금리차 축소 등으로 엔고 압력이 커지게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