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30여년 만에 일본지사를 폐쇄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대우건설이 최근 공시한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 게재된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보면 작년 12월 이사회에서 ‘일본지사 폐쇄의 건’에 대해 사외이사 4명 모두 ‘찬성’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해외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졌다”며 “인터넷 등 통신망 등이 잘 갖춰져 현지 지사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일본지사를 접기로 한 결정은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시장은 대우건설에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의 든든한 파트너’였다. 이 표현은 2013년 사보에 수록된 문구다.
대우건설은 1988년 10월에 일본 건설업 면허를 취득했고, 그 해에 현지 지사를 세워다. 그 다음해에는 한국 조달청이 발주한 주일 후쿠오카 한국 총영사관 신축공사를 수주하면서 일본 건설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일본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인 스미요시 재개발사업에서 캐널시티하카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대우건설은 당시 상황을 2017년 사보에서 “이 프로젝트는 일본 굴지의 제네콘인 제니다카, 시미즈, 오바야시, 후지다 등 12개 업체가 JV로 참여했다”며 “후쿠오카 지쇼가 발주한 이 미래형 복합시설 공사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국 업체를 대표해 일본시장 개척에 앞장서게 됐다”고 서술했다.
또한 일본 시장은 제3국에 진출하는 발판이기도 했다. 일본 대형 회사인 도요엔지니어링이 나이지리아에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주하고 나이지리아 지사와 회사 홍보에 나선 결과 해당 공사에 참여하게 된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30년간 공들인 일본 시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은 현지에서 현지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수주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총괄계약 공사금액은 6219만8000달러(약 705억 원)로 집계됐다. 파라과이,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3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사금액이 가장 큰 아랍에미리트(53억3656만2000달러), 베트남(44억352만 달러)보다 현저하게 작은 규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1980~1990년대에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가격경쟁력으로 성과를 올렸지만 이제는 일본에서 현지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심해져 우리나라 기업의 수주가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공사건을 위해 현지 지사를 유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 우리나라 업체는 제3국에서 협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현지 창구를 둘 이유가 없어졌고, 현지 지사를 철수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