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은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향후 계획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놓고 의원들의 의향을 찾는 일종의 ‘끝장 투표’를 하는 계획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영국과 EU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기존 방안에 집착하는 메이 총리로부터 의회가 주도권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다. 블룸버그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통제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하원은 이날 보수당의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대해 일련의 구속력이 없는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찬성 329 반대 302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결의안의 핵심은 하원이 과반 지지를 얻을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옵션에 대해 일종의 인기투표를 하는 것이다. 영국은 일반적으로 하원 의사일정을 정부 각료만이 수정할 수 있지만 새 방안은 의회에 의사일정 주도권을 부여, 27일 투표가 치러질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통과된 방안에는 이틀 뒤 투표에 어떤 옵션이 나올지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물론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잔류,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합의 없이 이탈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등 나올만한 방안이 모두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통과된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당내 반란표를 진압하지 못했다. 오히려 앨리스터 버트 외무부 부장관과 리처드 해링턴 기업부 정무차관, 스티브 브라인 보건부 정무차관 등 정부 각료 3명이 이날 투표를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 총 30명이 레트윈 경의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27일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통과되는 방안이 나오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어서 메이 정부가 투표 결과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EU는 21~22일 정상회의에서 영국 하원이 이번 주 중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4월 12일 브렉시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27일 투표 결과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측은 영국 의회에서 계속되는 교착 상태에 노 딜 브렉시트를 예상한 비상사태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
EU집행위원회(EC)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옵션이지만 각국 정부가 지금 노 딜 브렉시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백 명의 세관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EU 관리는 “회원국 내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일이라면 차라리 빨리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