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내달 초 인수합병(M&A)을 위한 현장실사를 앞두고 초 긴장 상태다.
최종 합병 승인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어느수준까지 현대중공업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할 지가 관건이다. 자칫 합병이 무산될 경우 경쟁사에 영업 기밀을 낱낱이 보여준 대우조선해양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실사 범위 조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8일 산업은행 영남지역본부 기자간담회에서 “내달 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며 현대중공업은 실사를 위해 유관 팀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와 회계, 기술력·연구개발·영업력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에서도 원가구조(회계)의 경우 영업기밀과 직결돼 대우조선해양 노조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조는 ‘실사저지단’까지 구성했다.
문제는 최종적으로 합병이 결정될 때까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당국 승인이라는 관문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반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었다.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합병 무산 가능성은 커진다.
실제 경쟁당국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많다. 지난해 8월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핀칸티에리와 STX프랑스간 합병 과정에서, 크루즈선 시장을 독점을 우려한 탄원서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전달되면서 현재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이와 같이 제동걸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정부의 과한 조선 지원’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일본이 암초다. 또 양사 합병 시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를 넘게 돼, 독과점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법적으로 인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한 적정선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혹시라도 향후 매각이 불발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영업 기밀을 가감없이 노출한 대상인 경쟁사와 또 다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또 M&A 작업이 늦어질 수록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제고, 수주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16년 7월, 공정위의 불허로 8개월 가량 끌어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되면서 CJ헬로비전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보다 면밀히 검토 후, 실사범위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사 시점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로 미뤄진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