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부가가치율이 높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지만 기존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자 4차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전자·전기 등 소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국산화율도 하락세다. 저임금 등을 찾아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면서 중간재 부품 수입이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순 비교가 가능한 2000년 44.7%와 2005년 43.3%에는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부문별로는 광산품(2010년 55.7%→2015년 51.8%, 이하 동일기준)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높아졌고, 특히 공산품(25.8%→28.3%)과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30.2%→39.6%)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화학제품(18.6%→28.9%)과 석탄 및 석유제품(26.1%→30.8%)을 중심으로 한 기초소재제품(23.7%→28.7%)이 상승한데 따른 것이다.
ICT 분야인 컴퓨터와 전기 및 광학기기(25.6%→33.3%), 전기장비(26.3%→30.5%) 등도 늘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한 회계기법인 빅배스(Big Bath) 등으로 촉발된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에 운송장비(26.2%→19.2%)는 뚝 떨어졌다.
항목별로는 근로자의 급여인 피용자보수(43.1%→45.8%)가 가장 많이 늘었고, 가장 높은 수준을 차지했다. 반면 영업잉여(29.2%→27.0%)는 줄었다.
부가가치에 생산유발계수까지 고려한 부가가치유발계수(0.717→0.774)는 상승했다. 제조업 내 서비스 업무의 외주화 등 서비스화 진전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만 주요 선진국인 미국(0.929)과 일본(0.905), 영국(0.844), 독일(0.805)을 물론이거니와 중국(0.802)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율이 높은 서비스의 산출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국내 생산기술 발전 등 영향으로 국산화율(74.2%→78.3%)은 상승했다. 공산품 중에서 화학제품(61.2%→68.0%)을 중심으로 한 기초소재제품(54.7%→61.9%)과 운송장비(80.3%→85.8%)를 중심으로 한 조립가공제품(73.6%→75.5%)의 상승이 눈에 띠었다.
다만 컴퓨터와 전기 및 광학기기(62.6%→59.4%), 전기장비(80.3%→78.8%) 등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되레 줄었다.
우리 경제의 재화와 서비스의 총공급(=총수요)은 4457조6000억원이었다. 총공급측면에서 국내총산출은 86.0%인 3833조6000억원을, 수입은 14.0%인 624조원을 기록했다. 총수요측면에서 내수는 83.9%인 3740조6000억원을, 수출은 16.1%인 717조원을 보였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산업 및 생산구조의 서비스화 진전으로 부가가치율이 높은 서비스 산업의 산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부가가치유발효과가 상승했다”면서도 “다만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낮고 수입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통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가가치율이 높은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부가가치유발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또 특정지역 혼란에 대한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 및 원자재 수입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기초소재제품을 국산화하며, 생산기술 개발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