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에도 어김없이 금융권·법조계 고위공직자 출신이나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이 무더기로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가운데, 의결권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잇달아 표명하고 있다.
최근 의결권자문사들은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의결권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다. 의결권자문사는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한 뒤 기관투자가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민간 회사를 말한다.
20일 주총을 앞둔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후보로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를 재선임하고,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박 후보자가 재직 중인 성균관대학교는 기업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인으로 충실한 사외이사로서의 임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현재 학교법인 성균관대학교의 이사회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들이 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다수 선임돼 있다”며 “삼성그룹과 성균관대학교는 특수관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GS리테일에 대해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이 이어졌다. GS리테일은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하용득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한다. 하 변호사는 과거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GS건설 부사장을 지내고 현재 법무법인 클라스에서 변호사를 맡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하 후보는 2015년까지 GS건설의 법무·홍보실장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 퇴임했는데 이는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또 재직하고 있는 법무법인 클라스는 GS리테일의 수퍼사업부와 관련한 소송과 개발부문 법률자문을 진행하고 있어 상법상으로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미포조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삼광글라스, LG화학, 기아자동차, 신세계, 현대건설, 효성, 포스코강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에 의결권자문사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 등이 유지될 수 있는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의결권자문사에 대한 감독은 시장 규율이든 규제 규율이든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의결권자문사들이 직면한 이해 상충 문제나 업종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데이터 오류, 방법론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