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를 차세대 이동통신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자 화웨이는 세계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하는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 점령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는 해저 네트워크 자회사 화웨이마린네트웍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화웨이마린네트웍스는 브라질과 카메룬을 잇는 약 6035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약 1만2000km 길이의 케이블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을 가로지르는 해저 케이블은 이미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
화웨이가 5G에 이어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 점령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라고 WSJ은 분석했다. 현재 사용 중인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는 약 380개다. 해저 케이블은 대륙 간 음성·데이터 트래픽의 약 95%를 전송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이 국가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중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해저 케이블 사업 참여를 정보통신(IT) 분야의 ‘일대일로’로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WSJ은 전했다. 특히 중국 정보기술산업부 산하 연구소는 지난해 9월 발간한 논문에서 “화웨이의 해저 케이블 전송 기술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이 10~20년 이내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저 케이블 통신 국가 중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미국이 또다시 화웨이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당국은 해저 케이블이 중국의 간첩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의 윌리엄 에바니나 센터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해저 케이블망에 대한 보안 위협을 강력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해저 케이블망은 전 세계 통신 데이터의 대부분을 전송한다. 이를 보호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에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화웨이를 자국 해저 네트워크에서 차단하려는 노력 중이며 동맹국도 동참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호주 정보당국의 경우 2017년 시드니와 솔로몬 군도를 연결하는 2500마일 길이의 해저 케이블 구축 산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해 자국 업체와 계약을 추진했다. WSJ은 “5G 도입 등으로 대역폭 수요가 급증하자 해저 케이블 설치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중 5G 경쟁과 더불어 양국의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 경쟁도 격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