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이 부진을 겪으면서 전체 수출 실적이 휘청이고 있다.
하반기부터 두 산업의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업황 부진에 업계에선 연내 반등이 가능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반도체와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7%, 39.0% 급감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업황 부진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대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들어서만 30% 이상 떨어지자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들어 D램 고정거래 가격은 31.7% 하락했다. 연초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D램 가격이 각각 1분기 19.5%, 2분기 12.9%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5.13달러로 전월대비 14.5% 내려갔다. 이는 1월의 17.2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올해 D램가격 전망은 당초 ‘상저하고’였다. 하지만 예상 밖의 가격 하락에 내년까지 부정적인 업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올해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수기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망한 것처럼 상저하고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는 변함이 없다. 내부 분위기도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반적인 업계 상황상 반도체 가격이 내려갔다가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의식은 분명히 있다. 어느정도 대응을 해야 할지, 하반기에 얼마나 가격이 올라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언제든 시황은 바뀔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은 미세하나마 개선되고 있다지만 미국과 중국(G2)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회복세를 체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제품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쿼터 증가 △미국발 공급량 증가 △베트남 신규시설 가동 등 공급량 증가로 수출 단가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 석유제품의 수출단가는 작년 2월에는 배럴당 74.6달러였으나 올해 2월엔 4.4% 떨어진 71.3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역시 미국 에탄크래커(ECC) 신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단가가 하락하고 중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향(向) 거래가 부진하며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 수출단가는 지난달 톤당 118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하락했다.
2월 밀어내기 물량이 3월 초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조업일수가 줄어들며 정유업체들이 수출물량을 2월로 앞당긴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유가나 제품가 하락 영향이 있겠지만 통관일수가 줄어든 게 수출 감소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은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미미하지만 정제마진이 지난달부터 반등세를 보이며 정상화되고 있고 하반기부터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무역분쟁, 긴축정책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수요가 다소 회복되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의 수요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