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화웨이는 7일(현지시간) 자사 제품을 비롯한 일부 중국 기업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미국 헌법 위반이라며 미 텍사스주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CNBC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화웨이가 문제 삼은 건 ‘2019 국방수권법’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초당파 의원들의 찬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이 법은 중국산 통신제품, 특히 화웨이와 ZTE 제품을 미국에서 절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측은 중국의 스파이 행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 이 법에 의거해 정부 기관들과 기업들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 왔다. 이 법에 따라 올해 8월부터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5개사 제품의 조달을 중단한다. 내년 8월부터는 이 5개사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과의 거래도 중단해야 한다.
화웨이는 이 법 조항이 미국의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헌법은 의회가 재판 없이 개인이나 단체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2019 국방수권법’의 조항은 ‘적법한’ 절차 없이 처벌받게 돼 있어 화웨이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궈 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차단하려고 판사, 배심원, 집행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며 “헌법을 위반한 법 조항을 영구 금지토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 의회는 우리 제품의 판매를 제한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에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존스데이 로펌의 글렌 네이거 변호사는 “의회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하며 “의회는 법을 만들 수 있을 뿐이지 적용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 “국방수권법 적용으로 화웨이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에게 5G를 비롯한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다”고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화웨이가 중국 당국에 종속이 돼 있고 또 영향을 받는지를 행정부와 사법부가 판단하지 말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웨이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CNBC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7년에 벌어졌던 소송을 언급했다. 2017년 러시아 사이버 보안회사인 카스퍼스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정보 수집 위험성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카스퍼스키를 미국에서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법원은 “연방 정부 기관의 정보 시스템에 대한 예방적인 보호 차원으로서 내려진 처분이지 특정한 사건에 대한 징벌로서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법률회사 홀랜드앤드나이트의 에릭 크루시우스 변호사는 “정부는 개인이나 회사를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핵심은 판사가 이것을 처벌로 볼지 아니면 정부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합법적인 시도로 볼 것인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법정 공방 외에도 자구책으로 재고 확보 차원에서 일본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부품 조달을 확대했다. 일본과의 거래액을 작년 66억 달러에서 올해 8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