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공식 지지했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이날 2차 국민투표 실시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합의 없는 이탈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정부의 이탈안을 거부하기 위해 2차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이를 지원하는 데 애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선 EU 관세동맹에 항구적으로 잔류하는 등 EU와의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는 브렉시트 방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나서 그것이 부결됐을 경우 2차 국민투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코빈 당수가 2차 국민투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노동당 수뇌부는 비교적 친EU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2차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그러나 영국과 EU가 합의하지 못하고 3월 29일 그대로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자 입장을 바꿨다.
현재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 국경 문제 대응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EU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EU는 영국 의회의 확실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메이 정부가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과 보수·노동 양당 탈당파들로 구성된 ‘독립 그룹’ 등이 2차 국민투표 추진 세력에 합류할 수 있다. 여전히 영국 의회에서 2차 국민투표 의견이 과반수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노동당 내에서도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한 선거구 의원들은 재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코빈 당수조차도 반(反) EU 성향을 띄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메이 총리가 다음 달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데드라인인 3월 29일 이후로 EU 이탈을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6일 회의에서 각료들에게 브렉시트 연기 방안 논의를 지시하고 결론이 나면 같은 날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에 대해 “영국이 그렇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찬성했다.
다만 브렉시트 연기는 메이 내각과 집권당인 보수당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반란을 일으켜 메이 정부가 해산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노동당의 2차 국민투표 지지 선언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연기 검토 소식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1.3153달러까지 치솟아 4주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