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폴더블폰은 삼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업체들도 일찍이 관심을 갖고 개발 중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로욜(Royole)은 이미 작년에 ‘플렉스파이’라는 폴더블폰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모토로라, 소니, 오포, LG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폴더블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도 관련 특허를 공개하면서 폴더블폰 제작을 예고하였다.
이러한 폴더블폰 경쟁은 기존 스마트폰의 근본적 형태를 바꾸는 폼 팩터(form factor) 체인저에 대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래 스마트폰 형태는 바(bar)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성능과 두께, 그리고 화면 비율에 대한 경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어떻게 접는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경쟁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삼성과 모토로라는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을, 로욜과 화웨이는 바깥쪽으로 접는 ‘아웃폴딩(Out-folding) 방식’을 도입하였고 샤오미는 바깥으로 두 번 접는 ‘더블 아웃폴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애플은 특허를 통해 안쪽과 바깥쪽으로 세 번 접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결국 폴더블폰도 소비자가 선택한 하나의 형태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제 막 그 경쟁이 시작되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이 올해 300만 대에서 내년에는 1000만 대, 2022년에는 5000만 대 판매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수치는 폴더블폰이 얼마나 합리적 가격에 태블릿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접는 디스플레이, 보다 넓게는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LG전자는 ‘CES 2019’에서 세계 최초의 롤러블(rollable)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를 공개하였다. 4mm가 안 되는 두께의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구부러지는 수준을 넘어 돌돌 말아 보관할 수 있어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상용화를 예고했다.
이러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 것이다. 당장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나 승객석의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수 있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CES에서 공개하기도 하였다. 비행기나 기차 등에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고 모니터를 돌돌 말아 휴대할 수도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노트북, 자동차, 그리고 다양한 가전제품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8년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 경쟁이 산업계에서 주된 관심을 받았다면 올해는 여기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더한 혁신 경쟁이 관심을 받을 것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접목한 사물인터넷 기술은 사용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줘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될 것이다. 폴더블폰의 경우, 스마트폰 모드와 태블릿 모드 사이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핵심인데 반도체 성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호실적으로 SK그룹 자산이 무려 23조 원 넘게 증가하였고, 올해 말에는 국내 2위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TV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인한 혁신 경쟁과 그로 인한 산업계 변화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