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쁨(12기) 이투데이 자본시장부 기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장 마감이 끝난 후 통화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어느덧 봄이 왔습니다. 벚꽃이 물들인 핑크빛 하늘에 설렘이 가득한 계절입니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가도 머리 위에 잔뜩 쌓인 꽃잎이 성가시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일 년간 증권부 기자로서의 삶도 여의도에 활짝 핀 벚꽃과 같았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 온종일 벌어지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장이 열리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주가 등락에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일분일초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정확한 숫자와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버거움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숫자에 담겨있는 사회를 해독할 수 있게 되면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한국에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작은 중소기업에 얼마나 많은 계약이 얽히고설켰는지, 주가 등락에 담긴 함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등을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면의 사회를 깊숙이 진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이 끝나기 전, 저와 함께 전쟁터를 누빌 후배를 기다립니다. 무기는 필요 없습니다. 숫자를 해독할 수 있는 재치와 벚꽃처럼 온몸을 흔들 수 있는 용기면 충분합니다. 마주 보고 앉아 함께 사회를 진단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공채 12기 윤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