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12기) 이투데이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란 고약한 일입니다. 남의 장점을 치켜세우기보다는, 잘못을 꼬집는 일을 더 많이 합니다. 독자 역시 기자가 빤한 칭찬을 늘어놓기보다는 따끔한 쓴소리를 하길 더 바랍니다.
고약한 일을 하다 보니 제 성격도 고약해졌습니다. 누군가 뜨끔할 수 있는 기사를 쓸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야만 더 좋은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출입하는 정부 부처에선 기자가 그런 기사를 쓰면 설명자료를 내보냅니다. 대개 지적한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처음으로 제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받았습니다. 한나절 동안이나 뿌듯하더군요. 제가 지적한 문제를 부처에서 더 신경 쓰겠다는 약속이니까요.
반대로 나름 비판한다고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뾰로통해집니다. '다음번엔 꼭 해명자료를 받아내겠다'라는 오기도 생기고요.
매일 얼굴을 보던 사람을 비판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은 미안하지만, 손은 열심히 쓴소리를 적습니다. 정부 부처가 설명자료를 낼 만큼, 무게감 있는 기사를 쓰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래놓고 다음 날 다시 그 사람과 웃으며 인사하는 저를 떠올립니다.
정교한 논리와 탄탄한 글솜씨로 취재원을 뜨끔하게 만들 후배를 찾습니다. 날카로운 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고약한 후배와의 만남을 기대합니다.
공채 12기 박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