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유권해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나 수입 물량 제한 등의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최대 25%의 관세 등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상무부 대변인이 17일 늦게 보고서 제출 사실을 공개했지만 보고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상무부가 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당분간 기밀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든지 관세 부과·수입 물량 제한 등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면서 향후 본격화할 일본, 유럽과의 무역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자동차 관세를 내세워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에도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카드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일본이 시장 개방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유럽과의 협상에서 심기가 틀어져 추가 관세 등의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5월 중순이 관세 폭탄의 분수령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수입 자동차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WTO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 제한을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일본 측이 자국의 인기 브랜드 자동차는 결코 안보 위협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자동차는 미국 전체 수입 중 약 15%를 차지한다. 이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부품비 증가와 수입차 판매 급감으로 7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도 자동차 관세가 고용에 피해를 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