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무선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이 모두 가능한 ‘LG 코드제로 A9’ 신제품을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물걸레 전용 흡입구인 ‘파워드라이브 물걸레’는 공급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배송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LG전자는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내달까지 경남 창원의 물걸레 키트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리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의 무선 청소기는 물걸레 흡입구를 포함한 신제품 가격이 출하가 기준으로 135만 원이다. 물걸레 포함 제품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40만 원 가까이 비싸도 전체 판매의 40%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0만 원대 무선청소기는 이제 흔하다. 다이슨의 최신 무선청소기는 110만 원에 달하고, 삼성전자 제품은 최고가가 140만 원에 이른다.
청소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전체에 고가 라인업이 형성되고 있다. 다이슨이 최근 공개한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은 96만 원에 달한다. 다이슨은 고가의 무선청소기로도 유명하지만, 50만 원대 헤어드라이어, 60만 원에 육박하는 고데기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프리미엄 생활가전 기업 발뮤다가 이달 선보인 공기청정기 신제품의 판매가는 74만9000원이다. 발뮤다의 인기 제품인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토스터는 30만 원대, 무선 선풍기는 50만 원대, 기화식 가습기는 70만 원에 육박한다.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가전제품들로만 집안을 꾸미면 최소 20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프리미엄 제품 가운데에서도 최상위급 가격대 라인으로 채우면 5000만 원도 넘는 돈이 필요하다.
고가 가전제품 라인업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가계 가처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및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소득이 21만700원 늘어나는 동안 가처분소득은 9300원, 0.3%밖에 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갑이 얇은 외벌이 가정 등에 프리미엄 가전 구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소비자의 가격선택 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고가 가전제품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보다 고가 라인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저가 제품도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국내 소비자는 서양과 달리 가구에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가전제품 구매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제품의 가격대가 다양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