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딴전과 꼬장

입력 2019-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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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화목한 가정, 따뜻한 사회는 서로에 대한 서로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며, 서로에 대한 관심은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서 상대가 말을 할 때는 딴전을 보거나 꼬장을 부려서는 결코 화목하지도 따뜻할 수도 없다.

딴전은 순우리말 관형어인 ‘딴’과 한자 ‘전(廛)’의 합성어이다. 순우리말 ‘딴’은 “아무런 관계가 없이 다른”이라는 뜻이다. 한자 ‘廛’은 ‘가게 전’이라고 훈독한다. 조선시대에 정부수용품을 조달하는 의무와 함께 해당 물품에 대해 전매권을 가졌던 가게로서 종로에 자리했던 ‘육의전(六矣廛)’이 ‘전(廛)’의 대표적인 용례이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쌀가게를 ‘싸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쌀전(쌀가게)’이 ‘ㄹ’탈락 변화를 한 것이다.

장사를 제대로 잘하려면 자기 가게에 앉아서 손님이 오는 것을 지켜봐야 할 텐데 자기 가게는 팽개치고 남의 가게에 가서 장기나 바둑을 두며 남의 가게를 봐주고 있을 때 ‘딴전(廛)’ 즉 ‘다른 가게’를 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딴전 본다’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의미가 확대되어 “어떤 일을 해야 할 상황에서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정착이 되었다. ‘딴전 보다’, ‘딴전 부리다’, ‘딴전 피우다’ 등으로 사용한다.

꼬장은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해 공연히 심술을 부리는 말”이다. ‘꼬장질 하다’, ‘꼬장 부리다’ 등의 형태로 사용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고자질의 사투리로 쓰기도 한다. “처음에는 할듯 하다가 갑자기 딴전을 부리고 하지 않음”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인 ‘괘장’이 음운변화를 하여 ‘꼬장’이 된 것 같다. 지금 ‘가짜뉴스’와 같은 황당한 거짓말이 난무하는 험한 세상이고 보니 남을 모함해 놓고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딴전을 피우는 사람도 많고, 남의 일에 대해 꼬장질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결코 편한 세상이 아니다.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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