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은이 공개한 1월24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전통적 매파인 이일형 위원과 윤면식 부총재는 물론이거니와 11월 금리인상에 동조했던 임지원·고승범 위원도 여전히 범 매파로 분류할 수 있겠다. 반면 11월 인상에 반대했던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비둘기파적(통화완화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일형 추정 위원은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과 현재 누적된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성도 상존한다”며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주시하며 현 통화정책 기조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와 한은 입장을 대변하는 윤면식 추정 위원도 “성장세가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전망도 주로 공급요인과 복지정책 강화에 영향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에 의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여부는 향후 입수되는 경제지표들을 바탕으로 성장과 물가흐름, 그리고 금융안정 리스크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임지원 추정 위원 역시 대내외 경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금융불균형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국내 및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가 좀 더 진행될 수 있겠지만 단기간 내에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최근 발표된 통관기준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유가 영향으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과 주요국 관세 인상을 앞둔 물량조정 영향 등 기술적 요인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조정 정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비은행을 중심으로 완만하게나마 둔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대출증가 속도가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금년도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에 동반되는 대출수요가 작지 않아 경계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중립적 입장 속에서도 매파적 색채를 내비쳤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GDP갭이 소폭 마이너스를 보이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가계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정부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관련 동향을 살펴야한다”며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기간이 길어지거나 역전 폭이 확대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경기 움직임과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 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동철·신인석 추정 위원은 성장모멘텀이 미약한 가운데 물가상승압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조동철 추정 위원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민간부문 경기는 저조한 상태”라며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민간부문의 성장모멘텀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의 낮은 수준에 1년 이상 머물러 있으며, 관리물가를 제외해도 1%대 중반 수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인석 추정 위원도 “중국 실물지표 둔화 등 부정적 대외환경 영향이 우리 경제에 점차 나타나는 가운데 물가상승압력도 미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사국의 올해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치 2.6%와 관련해서도 “다소 하방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고, 인플레 전망과 관련해서도 “올해에도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은이 2.8%에서 2.9%로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하향조정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일형 추정 위원은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 간 호조를 보였던 부동산 관련 건설투자와 정보통신(IT)관련 설비투자가 조정되면서 점진적으로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시현했다”면서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대내외 구조적 문제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 혹은 이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1.75%)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그 추이와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지난 11월 금융불균형 확대를 억제하고자 결정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 또한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