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출장길에 미국 월마트 CEO인 그렉 포란을 만났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출장길에 올라 월마트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올 하반기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 만큼 이번 만남을 미국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그렉 포란과 매장에서 만난 사진과 함께 “(월마트의) 점포 운영 방식을 배우는 중”이라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06년 한국에 진출한 월마트 매장 16개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월마트는 미국식 창고형 할인매장을 표방하고 월마트코리아를 설립해 운영했으나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마트에 점포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번 정 부회장의 행보는 이 같은 ‘월마트의 교훈’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1위 기업일지라도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고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 1위 대형마트이자 글로벌 기업인 월마트의 노하우를 미리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주얼리 디스트릭트의 6층짜리 복합 상업시설 중 1~3층을 임대했다. 이 점포는 올해 안에 식료품과 레스토랑을 더한 ‘PK마켓’으로 오픈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유통체인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한 것도 PK마켓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목적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출점 부진에 이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해외에서도 고전해온 대형마트들은 신시장 구축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진출국가는 대부분 아시아권에 집중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마트는 몽골, 롯데마트는 베트남 등에서 매장을 확대 중이다. 이마트의 미국 진출은 유통분야가 발달한 지역으로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실패했듯 한국 1위 대형마트도 해외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정 부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며 “쇼핑 동선부터 주차공간까지 선호도가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은 모험이지만 역신장 위기에 직면한 국내 대형마트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