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두달연속 역대 최대치를 이어갔다. 증가폭도 4개월만에 가장 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데다, 월말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시장개입 추정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원태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았다. 미중간 (무역분쟁 관련) 관계도 더 이상 나빠질 가능성이 낮아 시장에 내성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타통화 강세 요인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95.6을 기록해 전월대비 0.6% 하락(한국시간 기준 95.3, 1.1% 하락)(절하)했다. 반면 같은기간 유로화는 0.4%, 파운드화는 3.3%, 엔화는 1.2%, 호주달러화는 2.8% 상승(절상)을 기록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 폭에 비해 외환보유액 증가폭이 컸다는 점에서 환시개입 가능성도 추정해볼 수 있겠다. 실제 지난달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08.6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2월4일 1104.9원 이후 두달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장막판 외환당국의 환시개입설이 나돌며 원·달러는 저가대비 4.1원 급등한 1112.7원에 거래를 마쳤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즉답을 피했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전월말보다 6억5000만 달러 증가한 380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도 11억7000만 달러 늘어난 149억 달러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 역시 4000만 달러 확대된 21억8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IMF 특별인출권(SDR)은 3000만 달러 줄어든 3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104.4톤)를 유지했다.
한편 작년 12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037억 달러)는 세계 8위 수준을 유지했다. 1위는 3조727억 달러를 나타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2710억 달러), 스위스(7869억 달러) 순이었다. 홍콩(4246억 달러)은 우리보다 한 계단 위인 7위를 지켰다. 신흥국 위기를 겪었던 인도(3956억 달러)는 석 달 연속 3000억 달러대에 머물며 우리보다 한 계단 아래인 9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