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가 3년여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잠잠해지나 했더니 반도체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부진했던 화학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그나마 반등에 성공했다. 기업심리가 악화하며 소비자와 기업을 종합한 경제심리는 3년7개월만에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산업 업황실적 BSI는 3포인트 내린 69를 나타냈다. 역시 2016년 3월(68) 이후 2년10개월만에 최저치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수준을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경쟁 심화 등으로 전자영상통신이 8포인트 하락한 70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6월(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작년 1월(-8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고무플라스틱도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13포인트 급락한 55에 그쳤다. 이는 현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둔화 등으로 기타기계장비 역시 5포인트 내린 63을 기록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에틸렌·파라자일렌 등 가격이 오른 화학은 11포인트 상승한 72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5월 16포인트 오른 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권처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미중간 무역분쟁이 완화하고 있지만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가운데 반도체 하락 영향이 컸다. 스마트폰도 그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부분에서는 비수기에 따른 광고제작 및 방송 매출 부진 등에 정보통신(73, -8포인트)이,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설계·감리 수요 부진으로 전문과학기술(76, -10포인트)이 각각 떨어졌다. 반면 항공서비스 이용 고객 증가와 명절을 앞둔 택배 수요 증가 등에 운수창고는 9포인트 오른 87을 기록했다.
제조업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월과 같은 73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61, -8포인트)과 수출기업(71, -4포인트), 내수기업(65, -4포인트)은 일제히 하락했다.
향후 분위기를 엿볼수 있는 2월 업황전망 BSI는 더 부진했다. 제조업은 6포인트 하락한 65로 2009년 4월(59) 이후 9년10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비제조업도 2포인트 떨어진 70으로 2016년 8월(70) 이래 2년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전산업 역시 3포인트 떨어진 68로 2016년 3월(68)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각각 24.1%, 19.0% 비중)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제조업에서는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과 수출부진(각각 +0.8%포인트)이, 비제조업에서는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2.3%포인트)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권 팀장은 “최저임금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89.3으로 전월대비 2.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CSI)가 일부 개선됐지만 기업심리가 악화하면서 2016년 3월(68) 이후 2년11개월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도 0.8포인트 떨어진 91.4로 2016년 4월(91.4) 이래 가장 낮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027개 업체였다. 조사기간은 15일부터 22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