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생 코인들은 저마다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죠. 특히 속도에서 1초당 수천~수십 만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 코인이 많은데요. 초당 7건을 처리하는 비트코인과 초당 15건을 처리할 수 있는 이더리움의 처리량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3중 딜레마 =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블록체인의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생각해보죠.
블록체인의 3요소는 △분산화 △보안 △확장성(속도)입니다. 이른바 ‘블록체인 트릴레마(3중 딜레마)’라는 건 세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트릴레마에선 중요한 요소의 대립은 속도와 분산화입니다. 네트워크 참여자(채굴자)가 많을수록 분산화는 잘되겠지만, 속도는 느려지죠. 반면 속도를 높이자고 참여자(채굴자)를 줄이면, 보안성과 분산화 정도가 낮아지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온 가상화폐들은 많지만, 아직 완벽하게 해결한 가상화폐는 없습니다.
◇초당 처리 건수의 비밀 = 요즘 나오는 코인들이 최소 초당 몇 백 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죠. 그에 비해 비트코인은 7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비트코인이 낡은 기술일까요.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탄생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세부적인 부분에선 개선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기술이 외면 받을 정도는 아닌데요.
예컨대 비트코인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참여자(채굴자)의 수는 1만 개(가변적)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굴자가 1만 개라고 한다면 비트코인의 거래 장부를 매일같이 1만여 참여자가 공유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참여자 1만 명이 같은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더리움도 참여자가 1만 명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초당 최대 처리 건수가 15건으로 비트코인보단 높지만, 블록체인 플랫폼으로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이후에 나온 코인들은 대부분 네트워크 참여자(채굴자)를 줄여 속도를 높이고 있어요. 그중 대표적인 게 이오스(EOS)로 알려져 있죠. 이오스는 네트워크 참여자가 21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오스를 소유한 이들의 투표로 선발된 참여자들이죠. 마치 국회의원을 선발하는 간접민주주의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기술적으론 위임지분증명(DPoS)라고도 하는데요. 21개의 참여자 권한이 막강하다는 측면에서 분산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투표 과정에서 담합 의혹도 있었죠.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합니다.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죠.
◇알고랜드, 논란의 중심으로 = 최대 난제로 알려진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코인이 있습니다.
‘알고랜드’라는 프로젝트인데요. 알고랜드는 이달 23일 열린 밋업에서 창립자 실비오 미칼리가 순수한 100% 지분증명(PoS) 방식을 해법이라고 들고 나왔죠. 미칼리는 대부분의 참여자가 정직하고 일부만이 악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기술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방식 철학과는 비교되는군요. 이더리움은 누구나 악의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가정하에 게임이론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죠. 인센티브(보상)에서도 방향이 엇갈립니다.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코인들이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는데요. 알고랜드는 인센티브가 없다고 알려져 있죠. 이 때문에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과 블라드 잠퍼(Vlad Zamfir)는 알고랜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2017년 부테린은 알고랜드에 대해 “이더리움은 인센티브를 정면에 내세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인센티브가 없다면 네트워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잠퍼 역시 ”알고랜드와 같은 방식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