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3협력사들이 말못하는 ‘단가인하’ 비밀 3가지

입력 2019-01-22 18:14 수정 2019-01-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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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떠넘기는 먹이사슬… 기술력 없으니 끊지도 못해”

1차벤더 ‘2% 인하 약정’하면, 2차벤더에 “6% 깎아라”

자생력 키울 수 없는 납품방식 등에 사실상 노예계약

#지난해 1차 협력사(벤더)인 S사는 현대차에 납품하는 A부품 에 대해 매출 대비 2%에 달하는 금액만큼 매년(3년간) 단가를 인하(CR)하겠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S사는 곧바로 2차벤더 B사에 같은 기간 매년 6%에 달하는 단가를 인하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업계 평균(5%)보다 높은 규모다.

여기에 나머지 부품들과 또 다른 1차벤더에 납품하는 부품까지 모두 합치면 B사의 단가 인하에 따른 손실 규모는 연간 매출액(200억 원)의 7~8%에 달했다.

완성차 업체와 1차 벤더가 맺은 납품 단가 인하 부담이 2·3차 협력업체로 확대·전가되면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차 벤더들은 1차 벤더의 단가 인하 강요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도,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합리하고, 불리한 조건을 숨죽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배경에는 ‘CR 약정방식’ 외에도 자생력을 키울 수 없는 ‘납품방식’,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힘든 ‘반영구적 전속거래구조’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공식적으로 1차 벤더하고만 CR 약정을 체결한다. 보통 부품 생산주기가 3~5년임을 감안해 첫해부터 마지막해까지 매년 납품 매출 대비 평균 2%의 인하분을 정한다.

문제는 1차 벤더가 단가인하에 대한 부담을 2차 벤더에 보다 높은 비율(평균 약 5%)로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년간 무려 15%에 달하는 인하분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2차 벤더들은 손실을 견뎌내지 못해 3차 벤더에게로 또 다시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2·3차 벤더들은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심각성을 직감하고 있음에도 방조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현대기아차 측은 “2·3차 벤더와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지는 않지만, 1차 벤더에 계도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차 벤더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약정 CR 등에 대한 불만을 직접 언급하기 어렵다”며 “이는 추후 완성차 업체의 인증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불리한 납품 방식도 2·3차 벤더에는 걸림돌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직접 원자재 구매·생산·납품하는 ‘시제품 납품’, 완성차 기업 니즈에 맞춰 생산하는 ‘승인도’, 완성차 업체가 원자재 구매, 도면 설계까지 한 후 그대로 만들어달라고 통보하는 ‘대여도’ 등 3가지의 납품방식이 존재한다.

다름 법률사무소 서보건 변호사는 "국내 2차 벤더 대부분은 ‘대여도’ 방식을 따른다. 제조업체가 아닌 가공업체인 셈"이라며 "이 같은 방식은 기술력·자생력 확보는 물론 원자재 절감을 통한 수익 발생조차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시제품 납품’을 채택해 완성차 업체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 2차 벤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해진 단가에서 인하율만 통보받는다”면서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업체 변경 가능성이 커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2·3차 벤더들은 이 같은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반 영구적인 ‘전속거래구조’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한다. 완성차 업체는 “전속거래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들은 자생력을 상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위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내 하청업체의 수익률은 1~2%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품사의 자체 연구개발 등을 통한 자생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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