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매주 0.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셧다운이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4주째인 현재까지 미국 경제 성장세가 0.5%포인트 하락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3월 말까지 셧다운이 이어진다면 GDP 증가율은 1.5%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1분기 GDP 증가율이 2.2%였던 점을 고려하면 1%를 밑도는 0%대 ‘제로 성장’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셧다운이 1분기 내내 지속되면 분기 성장률을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경제를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에는 셧다운의 영향으로 1인당 GDP가 2주마다 0.1%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했지만 매주 0.1%포인트로 수정했다고 전했다. 셧다운의 경제적 파장이 기존 예상보다 더 커진 것이다.
연방정부 직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이 셧다운으로 한 달 가까이 끊긴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정부 고용인원은 미국 전체 인력의 10% 미만이지만 많은 경제적 인프라가 이들 노동자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프리드먼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셧다운이 GDP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이번주까지 지속된다면 성장 둔화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이 끊긴 공무원들이 박물관에 가지 않거나 외식을 삼가는 등 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셧다운이 사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해고된 연방 공무원 수는 80만 명에 달한다.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베이지북(Beige Book)’에서도 미국 대부분 지역이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일부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이지북에는 연준이 미국 전역의 12개 관할지역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의 경기 동향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12개 지역 중 8곳에서는 아직 경기 확장 국면이라는 낙관적인 진단이 나왔지만 클리블랜드나 보스턴, 시카고 등에서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오는 29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의회 국정연설도 셧다운으로 인해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국정연설 날짜를 연기하거나 연설 내용을 의회에 서면으로 전달해 달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