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위탁 운용하는 57조 원 규모 국내주식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위임한다. 12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액의 의결권을 분산시켜 ‘연금사회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10일 금융위원회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내달부터 연기금·공제회의 투자일임업자에 대한 의결권 위임이 허용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시행에 맞춰 의결권 행사를 확산하기 위해, 위탁운용사가 연기금·공제회로부터 투자일임재산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계열사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나, 의결권 교차행사는 금지된다.
지금까지 위탁운용사가 투자일임재산에 속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투자자로부터 위임받는 것은 제한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 중인 주식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위임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3조9000억 원 규모다. 이 중 66조6000억 원(53.75%)은 직접 운용하고, 57조3000억 원(46.25%)은 위탁 운용한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위탁 운용 주식의 의결권을 운용사에 위임하면서 예상되는 문제들의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결권행사 위임 시, 위탁운용사와 투자기업 간 영업상 이해관계 등 이해상충과 의결권 불통일 행사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이행사는 가점을 부여한다. 가점 크기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다.
기금위는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운용사에만 위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업이 의결권 불통일 행사를 거부하는 등 이해상충이 있는 경우에는 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향후 의결권 위임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기금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