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의 국민연금 부담분이 불합리하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노후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3일 올해 첫 외국인 근로자 배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고용센터에서 신규 도입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1만6720명에 대한 고용허가신청서를 17일까지 접수한다.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두고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가운데 국민연금 사업주 부담분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 16개국 중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8개국의 외국인 근로자는 상호주의에 따라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기업 한황산업은 인도네시아 17명, 필리핀 1명 등 총 18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한황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국민연금 회사 부담금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 부담금은 급여 지급 총액의 4.5%로 한황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개인별 평균 납부액은 월 19만 원이다. 18명을 다 합치면 매월 342만 원의 비용이 든다.
백상열 한황산업 이사는 국민연금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나이 제한은 40세인 동시에 최대 4년 10개월을 일하면 일단 출국한 뒤 3개월 뒤 재입국해야 한다.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최장기간은 9년 8개월이다.
백 이사는 “장기 체류자도 아닌 외국인 근로자가 회사 부담분의 국민연금까지 받아가는 것은 ‘노후 대비’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중기중앙회는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애로 사항을 반영해 작년 11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국민연금 사업주 부담금을 개선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문철홍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그 당시 건의는 했으나 정부로부터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매년 중소기업을 현장 방문해 애로 사항을 취합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었고, 그 가운데 국민연금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문제 외에도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해 최저임금 차등 지급,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백 이사는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 소통, 업무 이해도 등이 내국인보다 오래 걸린다”며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본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하면 국내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사업장에서 숙식을 제공받고 있는 부분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하는 4년 10개월간 총 4번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 실장은 “업체들은 숙련된 근로자를 희망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탓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작년 9월 고용노동부에 건의했지만, 정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근거로 들며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주민센터에서는 현장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혜숙 성남이주민센터 센터장은 “비용 부담을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이해한다”면서도 “정부, 사업주, 인권단체가 다 같이 모여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며 “중소 업체가 비용 문제에 허덕이면, 노후 설비로 산업재해를 당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늘어 악순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