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판단이나 결정 과정은 때론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대개의 관리자는 실무자에게 결정 과정이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번거롭고, 설명을 전적으로 납득하는 실무자도 적어서다. 실무자는 공직자로서 신념이나 개인의 가치에 반하더라도윗선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실무자가 관리자가 되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관리자가 되기 전에 자괴감을 느끼고 공복을 벗는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도 그 중 한 명이다. 비상식적인 적자국채 발행 결정 과정과 KT&G와 서울신문 사장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정황을 본 뒤 공직자로서 자괴감을 느끼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물론 그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KT&G 및 서울신문 건과 관련해선 그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고, 따라서 주장을 뒷받침할 마땅한 근거도 없다.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해선 신 씨가 실무자였다고는 하나 모든 논의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특히 KT&G 건과 관련해선 기재부 퇴직 전 관련 대외비 문건을 특정 언론사에 유출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그럼에도 기재부의 대응은 아쉽다. 신 씨가 폭로를 하게 된 배경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신 씨의 주장에서 ‘팩트’ 오류만 찾는다. 적자국채 발행 결정을 앞두고 실무자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당시 차관보의 지시가 수차례 오락가락한 배경, 그 과정을 지켜만 본 실무자가 모든 부담과 자괴감을 떠안아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선 여전히 일언반구도 없다.
신 씨의 폭로가 그저 불편하기만 한 관리자들과 달리, 실무자들 중에선 신 씨가 던진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폭로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공무상 비밀 누설에 대해선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그게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지금 기재부에 필요한 건 고발장보단 ‘불편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