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적극적인 경제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했고, 어제 창의적 아이디어의 상품화 지원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의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를 갖는다. 이달 중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대·중견기업인을 초청하는 미팅 행사도 추진 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이 엄중한 이때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애로를 챙기는 것은 기업 기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기업 투자에서 나온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 극복을 위해 산업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혁신을 함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기대를 가질 만하다.
관건은 ‘기업 투자 환경’ 조성의 과감하고 일관된 실행이다. 결국 규제 개혁이 핵심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없앤다는 믿음을 주고 기업할 자유만 높인다면 투자는 절로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게 된다. 산업 혁신도 마찬가지다. 혁신의 지름길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 인력에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 전제 또한 파격적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북돋는 것이다. 노사 대립 구도와 대기업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타파하는 노동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우선 과제다.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노동시장의 고질적 경직성은 재계가 수없이 절박하게 해결을 호소해온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다.
새해 초 주요 대기업들이 도전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고 새롭게 도약할 것을 다짐했지만, 규제에 막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거나 실기(失機)한다면 공염불이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여러 차례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금지된 것 말고는 일단 허용한 뒤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했지만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도 지난해 카풀서비스 도입마저 택시 기득권에 막혀 무산됐다.
더 이상 규제 개혁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비상한 규제 철폐 조치 없이는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릴 수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렵다. 얼마 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규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며 “규제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토로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적폐청산을 내세운 반(反)재벌·친(親)노동 정책이 필연적으로 기업 규제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런 기조에는 어떤 변화도 없고, 방향을 수정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