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새해, 경제 어떻게 일으키나

입력 2019-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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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새해가 밝았다.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폈으나 경제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우리 경제는 기업 간, 계층 간 양극화가 큰 구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수직적 하청관계다. 부유층과 시민층의 소득격차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부가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오히려 저소득층 실업이 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총 30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의 61%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투자 활성화와 경기회복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새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경제불안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지 경제를 실질적으로 살리는 정책전환이 아니다. 특히 경제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수정이나 보완이 없다. 자칫하면 지난해 나타난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해 경제를 난국으로 밀어 넣을 기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새해에 2.6~2.7%로 낮추고 취업자 증가도 32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적게 잡았다. 정부도 경제에 대해 자신이 없어 보인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우리 경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1년 반의 시간을 허비했다. 새해 정부 정책이 실패해 다시 곤두박질하면 경제는 희망이 없다.

현재 우리 경제에 절실한 것은 성장동력과 고용창출 능력 회복이다. 산업의 새로운 발전체제를 구축하고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산업체질과 구조를 혁신해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시장 주도 성장 정책으로 정책기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보완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막상 정부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주휴시간 8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시간에 포함하는 시행령 수정안을 확정했다. 올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정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인상에 이어 또다시 10.9% 올라 시간당 835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로 기업이 부담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원이 넘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업의 추가적 부담이 전혀 없다고 억지 논리를 편다. 홍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경제와 사회의 포용력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등 4대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정책을 펴겠다는 최고 정책책임자가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시장의 믿음을 잃으면 경제는 곧바로 방향감각을 잃는다. 더구나 대통령의 공식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책을 시정하지 않는 것은 경제불안을 재촉하는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은 국제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까지 위험하다. 내수의 극심한 침체로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빈사 상태다. 근로자의 실업난과 가계부채 고통이 사상 최악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달라 경제가 갈팡질팡한다.

문 대통령은 2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신년회를 열고 산업 전 분야에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수 있다고 다시 한번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소득 주도 성장의 속도조절, 신산업 발굴, 규제와 노동개혁 등 경제혁신에 필요한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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