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31.5%씩 성장해 2021년 360억 달러(40조 원), 2025년 663억 달러(7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각국 의료부문 예산 삭감과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가 겹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실패 확률이 낮다. 개발비용도 10분의 1 수준이라 기존 제약회사는 물론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에도 주목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를 지난해 10월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휴미라는 글로벌 매출 2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바이오의약품으로, 유럽 매출은 약 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만료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해 산도스, 암젠, 마일란 4개 업체가 일제히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내놨다. 애브비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휴미라 가격을 1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가 유럽 시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이어 화이자의 ‘파이조클라드’도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이는 얼핏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긍정적 소식처럼 보이지만, 유럽 휴미라 시장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성공을 판가름하는 잣대는 시장 진출 시기였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퍼스트무버’ 지위가 시장점유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퍼스트무버로 유럽 시장에 발매된 후 약 3년 동안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경쟁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퍼스트무버 효과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심화할수록 힘을 잃는다. 여기에 오리지널 의약품이 가격 인하로 대응하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더욱 내려가고, 시장점유율도 위축된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 Pharma)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레미케이드 약가는 전년 대비 10.7%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명)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렌플렉시스’의 약가도 분기마다 3~7%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도 감지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로 처방을 확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NHS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2200억 원 정도 절감했다. 기존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약한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를 2차 치료제로 처방했지만, 이제는 재정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차 치료제로 조기 처방을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해 7월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승인과정을 효율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및 교차 처방 가능 제품에 대한 새로운 검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트룩시마’, ‘허쥬마’의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하면서 바이오시밀러 3종으로 미국 시장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FDA 허가심사가 연장되며 출시일정이 지연됐으나, 올해 하반기 중 허가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