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왈가왈부] “금.리.인.상. 화!이!팅!”

입력 2018-12-30 18:19 수정 2018-12-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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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보는 엇갈린 관측, 그레이스완 우려하는 해외IB vs 완만한 상승 예상하는 한은

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먹고 사는 문제는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을 모두 경제성장률(GDP)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연초 3.0%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2.6~2.7%대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3%라는 숫자 달성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력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2%대 후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내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성장률 전망만 하더라도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2.7% 수준(기재부 2.6~2.7%, 한은 2.7%)을 예상하는 반면,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노무라증권 등 대내외 민간연구소에서는 2%대 중반인 2.5% 전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 차이의 근거에는 내년 세계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외투자은행(IB)들은 그레이스완(Gray Swan)을 우려하고 나섰다. 그레이스완이란 이미 알려져 있거나 예측 가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위험이 계속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한은은 최근 연간 통화정책 방향과 미국, 유로지역, 중국, 일본 등 빅4(Big4) 경제를 전망한 보고서를 통해 완만한 상승을 예상해 대조를 이뤘다.

기자는 최근 송년회에서 “금.리.인.상.”을 건배사로 제의하고 다녔다. “금, 금년 한 해 고생하셨습니다. 리, 이곳에 계신 모든 분 건승과 건강을. 인, 인상이 팍팍 이뤄지는 내년 경제를. 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파!이!팅!”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 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 연준(Fed)이 처음 금리인상을 시작한 2015년과 2016년의 데자뷔다. 연준은 이후 경제 호조를 발판삼아 금리인상에 속도를 냈다. 내년에도 두 번의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한은은 금리인상 후 3년 차를 맞는 내년에 연준과 같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이 예상 밖으로 계속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지만, 미리미리 대비하고 노력한다면 내년 경제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경제의 대외여건인 글로벌 경제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싣는다.

◇의견 분분한 그레이스완 = 노무라는 11일 내년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잠복한 9가지 그레이스완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포퓰리즘의 종식 △배럴당 20달러대의 유가 급락 △증시 붕괴 △이탈리아 회복 △신흥국 디플레이션 △위안화 강세 △글로벌 성장세 강화 △유로존 경기침체 △인플레 급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뉴욕 3대 증시는 10월 10일 일제히 2~3%대 폭락을 기록한 이래 1%대 이상 동반 급등락을 기록한 거래일 수가 26일에 달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24일 배럴당 42.33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6월 21일 41.94달러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가 28일 노무라가 제기한 그레이스완과 관련해 월가 전문가들을 면담한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국 주가 급락에 따른 미국 및 글로벌 경기침체(리세션·recession) 가능성 확대를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긴 했다.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인 찰스 킴벌(Charles T. Kimball)은 “증시 붕괴, 유로존 경기침체, 신흥시장 디플레이션, 유가 배럴당 20달러 급락 순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위안화 회복, 포퓰리즘 종식, 이탈리아 회복, 인플레이션 폭발, 글로벌 성장세 강화 등은 가능성이 감소했다”고 봤다.

외국계 운용사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Lazard Asset Mgt.) 닉 브렛(Nick Bratt)도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9개 그레이스완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탈리아 회복을, 가능성이 낮은 것은 포퓰리즘 종식을 지목했다.

헨리 세걸맨(Henry Seggerman)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International Investment Advisor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가 유일한 유가 상방 요인인 점을 감안할 경우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평했다.

반면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익명의 시니어 주식투자매니저는 “9가지 그레이스완들이 내년에 발생할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증시는 내년 상반기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변화율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유가도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저조하다. 현재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로 떨어지기 전 생산중단 등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급격한 인플레 가능성도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세계경제 성장세 다소 완만 = 26일 한은은 내년도 연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내년 중 세계경제는 올해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는 “선진국은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겠지만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며 “신흥국은 일부 취약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이 있지만 인도, 아세안 5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난해(올해를 의미)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세계경제에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가능성, 중국 성장세 둔화 우려, 유로지역 정치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 요인이 잠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의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증대,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 확대 등으로 자본유출입과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23일과 30일 2회에 걸쳐 한은이 발표한 빅4 경제 동향과 2019년 전망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의 부양 효과가 약화되고 무역 분쟁의 부정적 효과도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2018년 2.9%에서 2019년 2%대 중반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내수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금년(6.6% 내외)에 비해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으로 6.2~6.3%의 안정적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6% 아래 성장률을 중국 경제 경착륙으로 판단하고, 우리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유로지역은 고용 호조에 따른 소비 증가,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의 성장세(1.6~1.8%)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도 잠재성장률 수준(0.8%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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