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방불케했던 미국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잠시 멈췄다. 미국 백악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설을 적극적으로 진화하면서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널뛰기 장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086.25포인트(4.98%) 오른 2만2878.45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6.60포인트(4.96%) 급등한 2467.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61.44포인트(5.84%) 폭등한 6554.35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하루 100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승률은 2009년 3월 23일 이후 가장 높았다. S&P500과 나스닥의 상승률도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급락장을 연출하며 나스닥지수에 이어 S&P500지수까지 약세장에 진입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완전히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난 셈이다.
시장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크리스마스의 폭락 사태를 연출했던 불확실성 요소 중 일부가 해소된 것이 이날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금리 인상과 내년 금리 정책에 불만이 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에 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백악관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파월 의장은 100%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해임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럴 위험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하셋 위원장은 연말 소매판매 실적이 기록적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장에 호재를 던졌다. 그는 “연말 소매판매가 지붕을 뚫고 올랐다”며 내년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미국 신용카드 업체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는 11월 1일부터 성탄 전야까지의 소매 판매(자동차 제외)가 지난해보다 5.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마존 역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성탄 시즌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4일 6%대 급락했던 국제유가도 이날 8% 이상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69달러(8.6%) 급등한 4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유가 상승에 엑손모빌, 셰브론 등 정유주가 상승하면서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가세하기도 했다.
미국발 훈풍에 27일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전날 5% 넘게 하락했던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756.56포인트(3.88%) 오른 2만77.62로 장을 마치며 2만 선을 회복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딛고 급등세가 연출됐지만 연말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불안정한 가격 변동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스티븐 이네스 오안다코퍼레이션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판독하기 정말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공포가 확산돼 글로벌 자본 시장 곳곳에 계속 침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