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사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하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전쟁과 글로벌 금융위기, 경기둔화 등 대외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장 이전부터 기대주로 관심을 받았던 우량 기업들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등 증시 불확실성과 맞물려 공모시장 침체가 두드러졌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전 및 분할 상장을 제외하고 올해 신규 상장한 92개사 중 50곳(54%)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낮았다.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률은 공모가 대비 27%에 달했다.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은 링크제니시스로 공모가 3만 원에서 6060원(24일 종가 기준)으로 80% 떨어졌다. 디지캡(-70%), 나우아이비캐피탈(-51%), SV인베스트먼트(-51%), 티앤알바이오팹(-51%)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상장 이전부터 주목받던 우량 기업들 역시 하락세를 거듭했다. 애경산업과 롯데정보통신 등을 제외하고 티웨이항공, 하나제약, 엘앤씨바이오는 평균 21% 하락했다. CJ CGV 베트남홀딩스, 카카오게임즈 등은 증시 침체로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상승세를 보인 곳은 37개사에 불과했다. 현대사료가 공모가 66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200% 상승했고, 남화산업(178%), 에코마이스터(138%), 노바텍(129%), 대유(106%), 에스퓨얼셀(67%), 카페24(91%)가 뒤를 이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글로벌 경기둔화, 연준의 긴축, 미·중 무역분쟁 등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변수들이 많았다”며 “또 기업 실적 개선이 더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규 상장사들의 부진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 부재와 대외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EPS(주당순이익) 예상 증가율은 3.3%로 역대 가장 부정적”이라며 “다만 실적 전망 하향조정에 대한 두려움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말 상장을 앞둔 신규 상장사들은 몸값을 크게 낮췄다. 올해 폐장일 전날 에어부산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다. 에어부산은 희망공모가 밴드 최하단인 36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코스닥 상장 예정인 비피도 역시 희망공모가의 80% 수준인 1만8000원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