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61개국의 무역량을 감안해 환율을 산출한 결과, 10월말 시점에 달러 지수는 128.51로 2002년에 기록한 최고치(128.12)를 넘어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11월 28일에 달러 지수는 128.7로 최고치를 경신, 이후에도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른 주 원인은 미국 경제의 힘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법인세율 인하와 재정 확대가 주효했다. 금융 위기 이후 2009년 7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대 국면은 올해로 10년째에 돌입,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9%로 2017년의 2.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금융 완화에서 긴축 정책으로 선회, 올해에만 기준 금리를 네 차례나 올렸다. 미국의 장기 금리는 올해 한때 3.23%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일본과 유럽의 장기 금리는 모두 제로(0)% 대에 머물고 있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한층 벌어졌다.
보통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가 함께 오르면서 달러에 대한 투자 의욕을 높인다. 반면 자금들이 달러로 몰리면서 자금이 유출된 신흥국들은 된서리를 맞게 된다. 8월에는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다. 덩달아 하락한 아르헨티나 페소도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은 프라자 합의가 이뤄진 33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는 기축 통화로서 그 존재감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점유율 변화를 보면 1985년에는 35%였지만 중국이 부상하면서 2018년에는 24%로 11%포인트나 낮아졌다. 그러나 1995년 시점에서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비율은 42%였지만 최근 16년간 44%를 유지하는 등 오히려 위상은 높아졌다. 신흥국에서 자국 통화보다 미국 달러가 기업 간 거래 등에서 선호된 까닭이다.
내년에는 달러 강세 흐름에 변화가 예상된다. 연준이 지난 19일 올해 마지막 FOMC를 마친 후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였기 때문. 심지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지표 나름’이라며 내년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격화를 배경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달러나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통화로 자금이 더욱 몰릴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지난달 한 강연에서 얼어붙은 미중 관계에 대해 ‘경제적인 철의 장막’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국의 충돌은 환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