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정밀공업과 일본 자회사인 샤프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지 정부와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사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규모는 총 1조 엔(약 10조1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다. 거액의 보조금까지 들여가며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훙하이와 주하이시는 8월부터 반도체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왔다. 새로 지을 반도체 공장은 300mm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최첨단 대형 공장으로, 2020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주하이시는 이번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훙하이그룹에서 유일하게 반도체를 생산하는 샤프의 기술을 공장 건설에 활용할 방침이다. 생산 규모 확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여러 동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주하이시 당국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훙하이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시설로 제휴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을 목표로 산업 정책 ‘중국 제조 2025’에서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내걸고 있다. 반도체의 자급률을 2020년에는 40%, 2025년에는 70%로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는 10%대에 머물고 있으며, 2017년에는 2600억 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목표치와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대이란 문제에 따른 제재로 한때 미국 기업과의 반도체 거래가 끊겼던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ZTE는 경영 위기에 직면, 중국 산업 기반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이달에는 또다른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주요국에서 일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싸움을 좌우하는 민감한 분야인 만큼 홍하이와 주하이의 계획에는 차질도 예상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에서 중국 시장의 규모는 82억 달러로 세계 3위다. 2018년에는 대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