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린다]전경혜 LG유플러스 상무 “나는 빅데이터 전문가…디지털 세상엔 성별 없어”

“고객 시선에서 최적 상품 발굴해 먼저 제안…‘평생 고객’ 확보가 목표”

▲전경혜 LG유플러스 CVM 추진담당 상무.

“크기가 크고 내용과 형태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활동.”

‘빅데이터 전문가’ 전경혜 LG유플러스 CVM(고객가치관리)추진담당 상무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빅데이터 활동을 이렇게 정의했다.

LG그룹은 지난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경혜 상무 등 신임 여성 임원 7명을 선발했다.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총 29명으로 이번 승진자가 전체 4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LG그룹 신규 임원 승진자 수가 185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큰 규모가 아니다. 아직 여성 임원의 수는 남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유리천장’을 깬 전경혜 상무는 스스로를 ‘여성’이라기보다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전경혜 상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제안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경혜 상무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을 선제적으로 내놓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며 “고객 시선에서 고객이 놓친 혜택을 찾고 고객에게 딱 맞는 상품을 발굴해 제안하는 ‘고객맞춤제안’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회상했다. 모바일, 홈미디어 등 고객이 가입한 LG유플러스 상품의 사용 패턴과 요금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5세대통신(5G)와 함께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LG유플러스 역시 정보기술(IT) 선두주자로서 마케팅, 고객 관리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경혜 상무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목적은 ‘고객 분석’이다. 소비자의 보편적 트렌드가 아니라 ‘나의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도록 하는,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업계에서는 서비스 차별화, 투자·비용 효율화 등을 이뤄 결국 마케팅을 강화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데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전경혜 상무는 1997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입사 후 분석기반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16년 빅데이터추진팀이 신설된 후 책임자로서 본격적인 빅데이터 전문가로 거듭났다. 전경혜 상무는 빅데이터 입문 계기에 대해 “네트워크, IT, 서비스 관련 부서를 거치면서 통신데이터, 고객정보, 서비스정보 등 전사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며 “플랫폼전략, 분석경력을 바탕으로 전사 빅데이터 전략 수립을 위해 선임돼 본격적으로 빅데이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난관도 있었다. 전경혜 상무는 “CVM은 고객 만족과 회사의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활동이다. 고객 분석, 파일럿 활동과 개선 등을 반복하며 최적의 수준을 맞춰 가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며 어려운 순간에 늘 부닥친다고 털어놨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지금도 분석과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신기술인 빅데이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정보를 이용한 감시 사회 ‘빅브라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정보 격차, 보안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혜 상무는 “최근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여러 이슈가 있었고 부정적인 시각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여러 장치를 통해 빅데이터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의 경우 철저히 고객 동의 하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고객 통신서비스 경험 향상을 위해서만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혜 상무는 한국의 빅데이터 기술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통신사를 벤치마킹했다”며 “빅데이터의 가치는 데이터 규모와 다양성, 이를 분석·활용하는 분석가의 역량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다. 한국은 데이터와 분석가 확보 측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기업의 성공 경험이 부족해 빅데이터에 대한 투자도 매우 느리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