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대 인터넷 기업에 한국 업체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IT 기업이 양강구도를 형성한 상황으로, 국내 IT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규제 장벽 철폐 등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인터넷 트렌드 2018’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은 미국 11개, 중국 9개로 두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포함돼있던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야후재팬, 라쿠텐 등은 중국기업에 밀려 순위에서 탈락했다.
중국 기업은 지난 2013년엔 텐센트, 바이두, 넷이즈 3개 업체만 포함돼있었으나 5년 후인 올해에는 9개까지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 인터넷강자들이 많아 명단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2013년에 비해 각 기업의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조사 시점 기준 애플의 경우 시가총액은 2013년 당시 4180억 달러였으나 올해 9240억 달러로 120% 가량 증가했고 지난 8월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아마존 547%, 마이크로소프트 158%, 구글 156%, 페이스북 860% 등 나머지 톱 5 기업도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경연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혁신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IT기업들은 드론,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배송인 ‘프라임 에어’를 2019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아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드론 활용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국가 주요시설과 비행장 반경 9.3㎞ 이내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고 야간 비행은 특별승인 없이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과 자율주행차 등 역시 각종 규제로 혁신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역시 핀테크, 스마트 의료 분야에서 IT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은행 2곳은 2016년, 2017년에 영업을 개시했지만, 중국은 이미 2014년 텐센트의 위뱅크 출범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앞장섰고 현재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의 은행까지 4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한경연은 “한-중 간 격차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소유 및 경영에 대한 규제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9월에야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34%까지 확대하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간편 결제 시스템이 이미 활성화된 모습을 보이나, 한국은 올해 들어서야 QR코드 결제시스템이 도입됐다. 사후 규제를 택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전 규제 시스템이 혁신을 가로막아 한-중 간 핀테크 산업의 격차를 키운 것이다.
중국은 스마트의료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규제로 인해 시도조차 어려운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알리페이의 의료 서비스 중 하나인 미래약국을 통해 고객은 원격으로 약사와의 문진을 받고 의약품까지 배송 받을 수 있다. 한경연은 “의료법 규제로 인해 20년간 원격의료 논의만 하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고 꼬집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정부도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 개선, 지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글로벌 톱 수준에 접근하기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좀 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 육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