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A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판사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구 서울출입국 관리사무소)의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주된 청구를 기각했지만, 인도적 체류 불허처분 취소청구는 받아들였다.
이 판사는 난민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등을 근거로 내전을 피해 입국한 외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A 씨 출신국에서 정부군과 반정부 군 사이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무력 충돌로 출신국을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은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다만 난민법 제2조와 3조 등을 근거로 인도적 체류가 허가돼야 한다고 봤다. 이 판사는 “원고가 내전 중인 출신국에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난민법에서 규정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해 인도적 체류 불허 처분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난민법 제2조는 난민은 아니지만,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 중 법무부로부터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을 인도적 체류 허가자로 규정한다.
인도적 체류 불허 결정이 행정소송의 판단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난민 신청자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신청할 방법이나 결정에 불복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판사는 서면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난민 신청 자체에 인도적 체류라도 허가해달라는 의사표시가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그간 난민당국은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지 않더라도, 난민신청자가 그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일각에서는 난민당국이 인도적 체류 허가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해도 이에 관해 사법심사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