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보다 두려운 ‘노동당 정부’, 투자자들 ‘예의주시’

입력 2018-12-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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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이 영국 총리되면 파운드화 가치 30% 떨어질 것”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3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하드’냐, ‘소프트’냐 논란보다는 영국 정치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 사회주의자인 제레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향후 영국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시장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코빈 대표가 영국 총리가 될 경우 파운드화 가치와 런던 증시, 채권 시장 등이 모두 폭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동은 어떠한 형태로든 브렉시트가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 상황보다도 더욱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의 네일 드웨인 글로벌 전략가는 “노동당이 집권하게 되면 파운드화 가치는 20~30% 떨어질 것”이라며 “증시와 채권시장도 약화해 경제에는 종말이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코빈은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 은행 규제, 연료 가격 동결, 법인세 인상, 수도·철도·우편 등 사회적 자본 국유화 등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노동당 집권의 가능성은 최근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의회에 설득시키지 못하고 한 발 물러서면서 더욱 커진 상태다. 11일 협상안에 대해 의회 비준 투표가 예정됐지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철회를 주장하는 노동당과 현재 협상안이 진정한 EU 탈퇴가 아니라고 불만이 많은 보수당 강경파 등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 뻔한 상황이라며 투표를 취소했다.

메이 총리는 협상안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북아일랜드의 ‘안전장치(backstop)’ 등을 재협상하겠다고 나섰지만 EU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베런버그은행은 영국이 EU와 협의 없이 완전히 EU를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예상보다 빨리 코빈이 정국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최근 몇 주간 25%에서 30%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일 보수당 내에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이 제출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기도 했지만 이날 오후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다만 WSJ는 모든 투자자들이 ‘노동당 정부’를 겁내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코빈이 추진하려는 정책 중 실제로 가능한 것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라보은행의 스테판 쿱맨 이코노미스트는 “국유화 계획은 법적인 장애물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법인세 인상 역시 마찬가지”라며 “코빈은 고군분투하겠지만 결국 시장은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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