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콩의 전쟁’…중국, 화해 첫 선물로 대두 선택한 이유

입력 2018-12-13 14:53 수정 2018-12-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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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2일 대두 150만~200만t 주문…중국, ‘대두 확보’ 물가 안정에 중요·미국, 전체 대두 수출서 중국 비중 57%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90일간의 무역정전 첫 선물로 대두(大豆)를 선택했다. 첨단 제조업 제품이나 보잉 여객기와 같이 눈에 띄는 품목이 아닌 콩 수입을 가장 먼저 재개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수개월 만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 24시간 만에 150만~200만t의 물량을 사들였다. 미국대두수출위원회는 이날 중국이 주문한 물량은 내년 1분기 선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대두는 미·중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콩과 해바라기 씨 등 기름을 짤 수 있는 오일시드(Oilseed) 부문에서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다. 대두는 식용유와 가축사료의 주요 원료 중 하나다. 다양한 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콩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당장 물가가 올라 서민 생활이 불안정해진다. 이는 시진핑 정권의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일환으로 지난 7월부터 미국산 대두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만큼 미국 공급선이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브라질 등 남미산 의존도가 커져 중국 자체도 인플레이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중국에서 돼지는 식탁 필수 식재료인데 사료값이 뛰면서 돼지고기 값도 덩달아 뛰어 국민 불만이 고조된 것이다. 중국은 4~9월까지 6개월간 매월 대두 가격이 전년 수준을 웃돌았다. 그 여파로 지난 10월 돼지고기 가격은 6개월 전보다 약 40% 상승했다.

중국이 미국과 화해 모드로 돌아서면서 가장 먼저 콩 수입에 나선 것은 그동안 보복 관세로 자국도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는 증거다.

미국 입장에서도 콩은 ‘귀하신 몸’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에서 콩은 핵심 품목이다. 지난해 중국이 사들인 대두는 약 120억 달러(약 13조4784억 원)로, 미국 전체 대두 수출의 57%에 달했다. 이는 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멕시코보다 8배 이상 많은 것이다.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올해 1~10월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급감했다. 이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 중서부 농민의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은 지난주 한 행사에서 “우리는 그동안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즐겨왔지만 중국이 우리에 매달리게 된 것인지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는 건전한 경제적 균형이 아니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대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반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두는 역사적으로도 강대국들의 무역 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전략 무기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증가하게 된 계기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정권이 구소련에 농산물 금수 조치를 취하자 농가가 수요가 높은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에서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수출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인 2001년보다 약 7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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