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 스위스 ABB 사업 인수...전력+IT로 해외 공략 박차

입력 2018-12-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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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력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일본 히타치가 스위스 ABB의 전력망 사업을 인수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원자력·화력 발전에 역풍이 거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서구 기업들은 전력 사업을 축소하고 있지만 히타치는 정보·기술(IT)과 전력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히타치는 전날 “ABB와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ABB 측도 “히타치와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ABB가 이번에 히타치에 매각하는 송배전 등의 ‘파워 그리드’ 부문은 지난해 조정 후 EBIT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약 10억 달러(약 1조1225억 원)였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익률은 10.3%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15%가 넘는 다른 3개 주력 부문보다 낮은 것이어서 대주주들로부터 매각 압력을 받아왔다. 여기에 환경 문제에 따른 화력 발전 사업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일로인 것도 부담이 됐다.

히타치 입장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자력 사업이 침체돼 전력·에너지 사업 부양이 급선무였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정보통신시스템 부문의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전력 부문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ABB의 파워 그리드 부문 인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중심으로 기업과 가정의 전력 사용 데이터를 수집, 수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에너지 절약으로 연결하거나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어서다. 히타치는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 에너지가 보급되면 IT에 의한 제어 기술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히타치가 ABB에서 전력망 사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력 사업의 세계적인 전개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ABB는 북미 유럽은 물론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도 판로를 갖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전력 인프라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다만 신흥시장은 중국 기업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국가전력망은 작년에 브라질 최대 송전업체인 CPFL 에네르지아를 인수했고,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송전회사에 잇따라 출자하는 등 지난해 해외 투자액만 195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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