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겨울 여의도에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감원 바람이 여의도 증권가를 강타하고 있다.
시작은 KB증권이다. 5일 1975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만 43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밝힌 KB증권은 이달 중 퇴직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인위적인 퇴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던 미래에셋대우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다수 증권사들이 지점 통폐합을 고민하고 있어 증권가에는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비대면 서비스 확산 등에 따른 지점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진 증시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경영 여건도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과연 인력 구조조정만이 답일까.
증권사들의 그동안 인력 운영 패턴을 살펴보면 증시가 활황일 때는 ‘인재경영’을 강조하면서 우수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린다. (이마저도 정규직 채용이 아닌 ‘채용전제형 인턴’ 등의 꼼수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러다 증시가 침체되면 곧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수년간 이어진 이런 행태로 인해 회사와 직원 간 신뢰는 무너졌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실제 증권사 직원들의 이직률은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흔히들 금융업은 사람이 자산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사고 이를 통해 이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단 한 명의 인재가 수백억 원의 이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력 관리 시스템에서 과연 인재들이 영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당장 필요 없어졌다고 희망퇴직 신청서부터 내미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은 결국 사람, 즉 휴매니티이다”라고 말했다. 경영 환경이 바뀌었다고 그 책임을 직원에게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부는 감원 바람이 증권업계의 인재들을 몰아내는 ‘역풍’으로 되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