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담임선생님 역을 맡은 김광규 씨가 학생의 볼을 꼬집으며 뱉은 대사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오래됐음은 물론이요, 이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17년이 흘렀다. 7080문화도, 영화 ‘친구’도 세월이 흘러 기억의 저편에 추억으로 남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에선 ‘아부지 뭐하시노’가 통용되고 있다.
최근 본 모 그룹의 한 계열사 입사지원서 양식은 충격적이었다. 신장, 체중, 혈액형, 가족들의 출신학교 및 직장, 동거 여부까지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러한 내용들을 기업에서 왜 필요로 하는 건지, 개인의 업무능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실수로 오래된 포맷이 올라갔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해명했다.
그 이력서 양식이 정말 실수로 올라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문제는 이처럼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회사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한 식품회사도 올 하반기 신입사원 온라인 지원서에 가족의 최종학력, 직장 및 직위, 동거 여부 등을 필수 기재 항목으로 제시한 것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을 통해 가족관계, 신체사항 등 36개 사항을 지원서 항목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성별이나 외모, 나이 등을 뺀 표준이력서를 제작, 보급에 나선 지도 10년 넘게 흘렀다. 현 정부도 탈(脫)스펙,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하겠다는 취지의 블라인드채용을 핵심 일자리 정책으로 삼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에도 기업 입사지원서의 시간은 느리게만 가고 있다.
많은 변화는 바라지도 않겠다. 다만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추억의 영화 명대사 수준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